『엄마 사용법』 줄거리
최근 SF 동화에 나오는 대표적인 엄마상 중 하나는 안드로이드 엄마, 로봇 엄마다. 『엄마 사용법』에서 여덟 살 현수는 유일한 가족인 아빠의 출장으로 혼자 지내야 하자 “생명장난감”의 일종인 엄마를 집에 들이게 된다. “광고 속 엄마는 같이 놀아주고, 옷도 입혀 주고, 맛있는 간식도 차려 주었”고 “강아지나 공룡은 한 가지만 할 수 있지만 엄마는 모든 걸 다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14면)기 때문이다. 즉 현수는 보호자이자 양육자로 기능할 엄마를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생명장난감’ 엄마의 제품 설명서에 나온 엄마의 역할은 현수의 바람에는 미치지 못하는, 집안일만 하는 가사 도우미이다. ‘엄마는 모든 집에 어울리는 완벽한 제품’이며 “청소, 빨래, 요리 등 집에서 필요한 모든 힘든 일을 완벽하게 대신해”(56면)준다고 설명한다. 생명 장난감의 역설적인 조어의 상징과, 조립 실수로 감정을 갖게 된 엄마를 폐기 처분하려는 사냥꾼과 이를 막으려는 현수의 갈등에서 드러나듯 이 작품은 엄마라는 존재의 가능화에 비판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감상글
『엄마 사용법』에서의 안드로이드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는 존재이며 ‘엄마는 차갑다’에서 로봇 엄마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경우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처럼 SF 동화의 로봇 엄마는 어린이 독자가 현실에서 완벽하게 충족되지 않는 엄마상과 모성을 작품에서 대리만족하게 하는 기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때 모성은 사랑의 감정에 기반한 살뜰한 돌보으로 절대화 유일화된다. 어린이문학에서 어린이가 ‘동심’으로 타자화됐듯 엄마는 ‘모성’으로 타자화된다 어린이 문학에서 ‘동심’과 ‘동심주의’를 반성하며 탄생한 어린이 주체가 이제 어린이의 대척점에 엄마를 두고 타자화시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현수는 엄마에게 기대하는 바가 단지 가사노동은 아니라 해도 돌봄노동을 바란다는 점에서는 가부장제가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모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수는 자기가 바라는 엄마상 그대로 안드로이드 엄마가 자신에게 책을 읽어 주고 같이 산책하도록 엄마를 조작해 나간다. 이렇듯 안드로이드 엄마는 모성을 갈구하는 어린이의 욕망으로 대상화된 것이다.
SF 문학
최근 아동청소년문학의 흐름에서 눈에 띄는 사실 중 하나는 SF, 추리, 호러 등 장르문학의 형식과 기법, 상상력을 도입한 작품들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그중 아동 SF이거나 SF의 특성을 일부 지닌 작품 중에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작품들도 상당히 나타나고 있다. 본격 SF 청소년 소설이 ‘싱커’를 비롯해 ‘거짓말 학교’, ‘델타이 아이들’,‘차일드 폴’에 이르기까지 최근 문학상 수상작의 상당수는 과학기술과 미래 사회를 주요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었다. SF라는 새로운 형식은 늘 새로운 작품을 갈망하는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물론 문학상이라는 특성상 그 새로움이 다른 요소에 비해 다소 높게 평가됐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일시적인 유행으로 볼 수만은 없다. 아동청소년문학에서뿐 아니라 일반문학에서도 2000년대들어 SF를 비롯한 장르문학의 양식이 이른바 ‘본격문학’에 다양한 형태로 차용되고 있다. 이제 일반문학에서도 SF는 장르문학이란 이름으로 경계 지어지지 않고 엄연히 2000년대 문학의 새로운 양상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