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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특질- 비유, 상징, 함축

by audrybook 2024. 1. 23.

시의 특질 - 비유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그것과 비슷한 다른 사물이나 현상에 빗대어 나타낸 것을 비유라 한다. 식당에 가서 "아줌마, 이 고기가 구두창이구려"라고 말하는 것은 고기가 질기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표현이다. 비유에는 이미지를 받는 말과 이미지를 주는 말이 있다. "의장은 토의를 쟁기질하였다"라는 비유에서 "의장은 회의를 어렵게 진행했다"는 문장이 이미지를 받는 말이고 "농부가 밭을 간다"는 문장은 이미지를 주는 말이다. 비유는 원래 비교에서 나온 개념으로, 단순한 비유는 이미지 제공어가 이미지 수령어에 작용하여 의미전환이 한 번 일어나 비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만, 복잡한 비유는 이미지 제공어와 이미지 수령어 사이에 이중의 의미전환이 일어나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를 조명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비유는 네 가지 조건으로 규정된다. 첫째, 이미지 수령어와 이미지 제공어가 동시에 개입되는데, 그것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독립된 낱말이 아니고 여러 의미 자질들로 성립된 문맥이다. 둘째, 이미지 제공어가 갖는 일련의 연상을 이미지 수령어에 적용함으로써 비유가 성립된다. 셋째, 이미지 제공어가 문맥의 흐름을 결정함으로써 이미지 수령어의 의미가 선택되고 강조되고 억제되며, 반드시 모든 경우는 아니더라도 대개 의미의 전환이 일어난다. 넷째, 복잡한 비유적 문맥에서는 이차적으로 이미지 수령어가 지니는 일련의 연상이 이미지 제공어에 작용하여 이미지 제공어의 의미 전환을 일으킨다. 이 때에는 이미지 수령어와 이미지 제공어가 엄밀히 구분되지 않는다. 전자장(電磁場)과 비슷한 물결무늬를 그리면서 주위로 파동쳐 나아가는 둘 이상의 문맥이 서로 연결되고 대립되며 화합하고 투쟁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의 의미 작용에 참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뿐이다. 비유의 문맥은 사물을 낯설게 하고 지각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을 증대시키며, 그렇게 함으로써 지각을 쇄신시키게 된다. 비유의 문맥에서 이미지 수령어는 대개 숨어 있으므로, 비유의 초점과 상호 작용하고 있는 이미지 제공어를 적절히 해석해 내어야 한다. 현대시는 유사성에 근거한 비유를 상호작용에 근거한 비유로 확대함으로써 비유의 영역을 무한히 개방하였다. 예이츠의 시 조용한 처녀에 나오는 "별들을 깨운 바람은 / 내 피 속으로 불고 있네(The winds that awakened the stars / Are blowing through my blood)" 같은 시구가 상호작용의 비유이다.(문학비평용어사전 상, 한국문학평론가협회, 2006, 877~878)

 

상징

그 자체로서 다른 것을 대표하는 사물 일체를 상징이라고 한다. 작가는 말을 사용하는 만큼 기호적 상징을 사용하여 제도적 상징도 필요한 만큼 사용하지만, 특히 문학적 상징을 사용하는 일에 정성을 기울인다. 문학적 상징은 심상의 일종으로 본다. 그러나 일반적 심상이 구체적, 감각적 사물을 환기시키는 낱말이라면, 상징은 그런 사물이 가리키는 또는 암시하는 또 다른 의미의 영역을 나타낸다. <장미꽃>이라는 낱말이 하나의 구체적, 감각적 인상을 되살리는 데에서 그친다면 그것은 심상이고, 이 장미꽃이라는 심상이 정열, 또는 쉽게 사라지는 사람의 아름다움 등의 뜻을 가리키거나 암시하면 상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문학적 상징 가운데는 자연적 상징들이 있다. 할머니, 하늘, , 별 등 사람이 자연스럽게 반응을 봉는 심상일 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활 체험의 어떤 면을 환기시키는 상징도 있다. 개인적 상징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거나 짐작할 수 있는 뜻에 기초를 두지 않고 어떤 구체적 심상을 제시하고 그것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추상적인 뜻을 암시하게끔 만들어놓은 것이다. 상징은 다른 뜻을 함축하고 있는 심상이라는 점에서 은유의 일종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일반적인 은유는 두 사실 사이의 유사성, 상호 암시성을 근거로 한 1:1의 유추적 관계에 의존하므로 그러한 유추적 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상징과는 다르다. 상징은 문학의 다른 요소들과 마찬가지로 작품 속에서 그 기능을 발휘하도록 쓰였을 때에만 상징의 구실을 한다. (문학비평용어사전, 이상섭, 2022, 155~158)

 

함축

언어가 사전적, 지시적 의미를 넘어 해당 문맥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의미와 분위기를 창조하는 것을 가리킨다. 단어가 주는 다양한 정서적 암시와 연상작용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함축은 문학언어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이다.

앰프슨(Empson)'애매성', '암시'도 언어의 함축성에 근거를 둔 것이며 은유나 생략, 또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형상화하는 것도 함축에 포함된다. 중국의 사공도(司空圖)는 함축의 특징을 "한 글자도 덧붙이지 않았지만, 풍류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단어를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하는 진의를 충분히 드러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한편 강기(姜蘷)"이를테면 시구 가운데 필요 없는 글자가 없고, 한 편 가운데 군더더기 말이 없다 해도 최상은 아닌 것이다. 시구 중에 남아도는 맛이 있고, 한 편 가운데 남아도는 뜻이 있어야 최상의 작품이다."고 말하며 함축이 가진 효용성을 강조했다.

이육사 시에서 '청포도'가 가지는 의미도 함축에 들어간다. 청포도는 고향을 떠올리게 해주는 일종의 매개물이며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연상하게 한다. 청포도는 일제 시대에서 역사적이고도 사회적인 운명을 같이하는 민족공동체에 대한 연대의식의 결정체로 제시된다. 또한 한용운의 ''의 의미도 부처, 연인, 조국 등으로 해석되며 함축의 전형적인 예로 표현된다.(이훈). (문학비평용어사전 하, 한국문학평론가협회, 2006, 1117)